[퇴사일기] 에스엘
이 글은 지극히 편향적인 회사에 대한 평가이기에 그 점을 전제로 읽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구에서 자고 나란 사람, 그 중에 대구에서 취업을 위해 다양한 기업을 조사한다면 필히 알게되는 회사 에스엘이다. 에스엘은 HKMC(현대기아자동차) 1차 벤더사로 다양한 부품 중 헤드램프를 개발 제조하고 있다. 나는 이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합격하게 되었고 출근을 할 수 있었다.
최종합격 통보 페이지를 캡처하지 않았기에 메일로 대신한다. 도메인이나 내용을 보면 충분히 최종합격한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구에서 인지도 측면에서 대구은행에는 뒤쳐지지만 초반 급여 수준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아마도 포괄임금제를 적용해서 약 5000만원의 수준으로 기억하고 있다.(성과급은 거의 없다) 또한 제조업이다보니 통근버스 역시 대구 거의 모든 곳에서 버스의 정거장이 존재하다보니 출퇴근 역시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는가?
먼저 에스엘의 채용과정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에스엘은 신입과 경력 상관없이 약 1달간의 인턴 그리고 신입은 3개월간의 현장견학 이후 자신의 근무지로 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턴의 합격률은 약 2 / 3 정도의 경쟁률이 통상적이며 이는 부서의 재량에 따른 것이기에 매우 변동적이다. 그리고 신입의 경우 약 3개월 간의 현장실습에서 직접 라인에 들어가 생산 공정을 함께하기도 하며 그 공정 중에 생산 효율화를 위한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몇몇 직원들은 이러한 현장실습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기도 하지만 필자는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라인에 직접 참여해 경험하는 것은 매우 올바른 인재개발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장실습 과정 중에 신입사원들 간 인사평가를 진행한다. 이는 책임자급이 아닌 각 신입사원들끼리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말도안되는 인사정책이 나를 퇴사로 이끄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신입사원은 동기이기 전에 경쟁자다. 회사에서 제일 비교가 많이 되는 군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서간의 비교? 같은 팀원들간의 비교? 아니다 동기간의 비교가 제일 허다하다. 이러한 경쟁의식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많은 회사에서 동기에 대한 결속을 다지기 위해 연수과정을 도입한다. 하지만 에스엘의 경우는 달랐다. 무엇을 위한 동료평가인지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조차 없었다. 인사팀의 권력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이러한 말도 안되는 인사정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동료 평가에 대해 잘한사람 못한사람 아무도 기재하지 않았고 인사팀 직원이 왜 그렇게 한거냐 라는 질문에 '아직 동료를 평가하기에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 라고 대답했고, 내적으로는 이러한 신입사원의 작은 편지가 책임자급에게 전달되기를 바랬다.
결국 나는 이러한 인사평가에 대해 불만이 많았고 결국엔 회사에까지 불만이 생기게 되었다. 말도 안되는 인사정책 그리고 강압적인 하향식 구조 이는 아마 내가 무엇을 하고자 할 때 그리고 나의 의견이 묵살되는 회사의 분위기임은 당연했다. 그렇게 빠르게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이곳 저곳 지원했고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겨 휴가를 쓰고자 했을 때 나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나는 휴가를 쓰고자 했으나 현장실습과정 중이었기에 인사팀에서는 휴가를 쓰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것마저도 웃기는 상황이다. 아무리 현장실습과정 중에 계약을 따로 했거니와 연차는 한달이상 근무하면 반드시 생기는 것이다. 이를 제재하는 것부터 웃겼다. 또 담당 인사직원이 휴가를 빌미로 나와 면담을 요청했고, 이 면담에서 자신의 부서장이 현재 나의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라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해왔다.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이런 인사 정책을 제시하고 따라와주길 원하는 회사와는 함께할 수 없다 라는 생각에 나는 그 자리에서 퇴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막기위해서는 휴가를 막는 것이 아닌 회사의 복지 및 급여 수준을 올리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물론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간극에서 벌어지는 회사에 대한 불만은 연차가 쌓일수록 증가하게 되고 이는 결국 나를 패망으로 이끄는 환경이 아닐까 생각했다. 몇몇 회사는 퇴사를 한것에 너무 섣불리 했다고 후회도 가끔 하곤 한다. 하지만 에스엘은 내 기준으로는 1만큼의 후회도 없는 회사였다.